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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59)

159. 모두 다 한 마음으로[上元俚曲], 김려

by 박동욱

159. 모두 다 한 마음으로[上元俚曲], 김려

熊蔬裹飯海衣如 곰취로 쌈을 싸고 김으로 쌈을 싸서

渾室冠童匝坐茹 온 집안 어른, 아이 둘러앉아 밥을 먹네.

三嚥齊嘑三十斛 세 번 쌈을 먹고 서른 섬이라 함께 외치니

來秋甌窶滿田車 가을 오면 작은 땅에 수레가 가득하리.


[평설]

정월대보름에 복쌈을 먹는 풍속을 읊은 것이다. 시골집에서는 묵은 나물이나 김 또는 무청, 배추김치에 밥을 싸서 한 입 먹고는 열 섬이라 부르고, 두 입 먹고는 스무 섬이라 불렀으며, 세 입 먹고는 서른 섬이라 불렀다. 이것을 ‘풍년빌기’라고 불렀다.

온 집안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복쌈을 먹으며 풍년 빌기를 한다. 4구의 작은 땅에 수레가 가득하다는 것은 풍년이 들어 곡식을 나를 수레가 많다는 의미다. 이 사소한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모두가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한마음으로 무언가 기원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모두 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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