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비가 오면 꽃이 피고 바람 불면 꽃이 진다[桃花], 이기(李沂)
162. 비가 오면 꽃이 피고 바람 불면 꽃이 진다[桃花], 이기(李沂, 1848∼1909)
꽃 필 때 비가 오고 꽃 질 때 바람 부니
복사꽃 보자 한들 몇 날이나 붉을 텐가.
본래부터 복사꽃의 일신상 일이었으니
바람이 무슨 죄며 비가 무슨 공이 있나.
開時有雨落時風 看得桃花幾日紅
自是桃花身上事 風曾何罪雨何功
[평설]
비를 고마워할 것도 바람을 원망할 것도 없다. 꽃이 필 때가 되면 꽃이 폈다가 꽃이 질 때가 되면 꽃이 진다. 모든 것은 복사꽃이 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복사꽃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왜 태어났는지 왜 죽어가는지 묻고 따지고 원망할 것 없다.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 할 일들을 견뎌내며 묵묵히 살아가다 떠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