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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62)

162. 비가 오면 꽃이 피고 바람 불면 꽃이 진다[桃花], 이기(李沂)

by 박동욱

162. 비가 오면 꽃이 피고 바람 불면 꽃이 진다[桃花], 이기(李沂, 1848∼1909)

꽃 필 때 비가 오고 꽃 질 때 바람 부니

복사꽃 보자 한들 몇 날이나 붉을 텐가.

본래부터 복사꽃의 일신상 일이었으니

바람이 무슨 죄며 비가 무슨 공이 있나.

開時有雨落時風 看得桃花幾日紅

自是桃花身上事 風曾何罪雨何功


[평설]

비를 고마워할 것도 바람을 원망할 것도 없다. 꽃이 필 때가 되면 꽃이 폈다가 꽃이 질 때가 되면 꽃이 진다. 모든 것은 복사꽃이 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복사꽃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왜 태어났는지 왜 죽어가는지 묻고 따지고 원망할 것 없다.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 할 일들을 견뎌내며 묵묵히 살아가다 떠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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