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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63)

163. 눈 내린 아침[雪], 김병연(金炳淵, 1807-1863)

by 박동욱

163. 눈 내린 아침[雪], 김병연(金炳淵, 1807-1863)

하늘 임금 죽었던가 사람 임금 죽었던가

푸른 산 나무마다 소복 다 입었다네.

다음날 해님에게 조문하게 한다면

집마다 처마 끝에 눈물 뚝뚝 떨어지리.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簷前淚滴滴


[평설]

온 산에 나무들이 눈으로 덮여 가지가 휘어질 지경이다. 이 장면을 상제가 죽어서 나무들이 상복으로 갈아 있고 고개를 떨구었다고 해석했다. 대단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시인은 한 번 더 재주를 부린다. 다음날 날이 밝아 태양이 뜨면 집마다 지붕에 있던 눈이 녹으면서 처마 끝에서 뚝뚝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장면을 태양이 조문하러 온다면 상주가 슬퍼서 흘리는 눈물로 해석했다. 눈[雪]은 희디흰 소복이 되었다가, 태양의 조문을 받아 흘리는 눈물이 되었다.


[참고]

천황과 인황은 삼황(三皇)에 해당한다. 삼황은 태고 시대 전설적인 성왕(聖王)으로 천황(天皇)ㆍ지황(地皇)ㆍ인황(人皇)을 말한다. 여기서는 편의상 하늘 임금, 사람 임금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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