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공부의 비법[口呼自感一首 示黃莘叟耳叟 德吉], 안정복
164. 공부의 비법[口呼自感一首 示黃莘叟耳叟 德吉], 안정복
공부는 비록 넓게 해야 하지만
행동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다네.
온종일 남의 돈을 세어 보아야
한 푼도 나의 것이 되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동냥하는 비렁뱅이도
제 배 하나 채우지 못하는구나
말 타고 너무 멀리 다니다가는
성취 없이 백발이 되고 만다네.
후배에게 당부하는 말을 전하니
나와 같은 늙은이 본받지 말게.
學問雖在博 要以約爲守
終日數人錢 一文非己有
沿門持鉢客 竟未飽其口
游騎戒太遠 無成至白首
寄語後來者 愼勿效此叟
[평설]
이 시는 안정복이 황덕길(黃德吉, 1750∼1827)이란 젊은 학자가 찾아오자, 공부에 관한 당부를 써준 것이다. 1, 2구에 박약(博約)은 박문약례(博文約禮)의 준말로 지식을 넓히고 행동을 단속하는 공부를 뜻한다. 또, 공부는 남의 돈이나 세고 남의 집에서 동냥하듯 하면 안 되니, 남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가 볼 장 다 본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공부 하다가는 아무런 성취 없이 늙을 뿐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부의 폭을 넓히면서 몸에 체득시키고, 남의 학문만 뒤쫓지 말고 제 학문을 하며, 제 재주 믿고 뜬구름 같은 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확실히 매조지해야 한다. 지금도 학자에게 좋은 충고가 되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