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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65)

165. 꽃과 흰머리[對花嘆老], 이달(李達)

by 박동욱

165. 꽃과 흰머리[對花嘆老], 이달(李達)

봄바람도 역시나 공평치 못했으니

나무마다 꽃 피우며 사람만 늙게 했네.

억지로 꽃을 꺾어 흰 머리 꽂아보나,

흰머리는 꽃과 서로 어울리지 않는구나.

東風亦是無公道 萬樹花開人獨老

強折花枝揷白頭 白頭不與花相好


[평설]

봄바람이 똑같이 불어대지만 꽃은 피게 하고 사람은 늙게 만든다. 곧, 꽃에는 생기를 부여하지만, 사람에게는 노화를 촉진한다. 세월이 속절없이 가는 것을 이렇게 말했다. 흰머리와 꽃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꽃을 꺾어 흰 머리에 꽂으면 꽃의 생기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노화를 도드라지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서럽다 할 필요 없다. 누구든 예전에는 찬란한 꽃이었고, 그 꽃도 예외 없이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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