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가장 슬픈 급제시[司馬唱榜日 口呼七步詩 二首○甲辰], 조수삼
172. 가장 슬픈 급제시[司馬唱榜日 口呼七步詩 二首○甲辰], 조수삼
뱃속의 서책들이 몇백 짐이었던가?
올해에 가까스로 난삼을 입게 됐네.
옆 사람아 내 나이 얼만지 묻지 마라.
60년 전에 내 나이도 스물세 살이었네.
腹裡詩書幾百擔 今年方得一襴衫
傍人莫問年多少 六十年前二十三
[평설]
이 시는 조수삼이 83세 때 사마시에 합격하고 쓴 것이다. 그나마 사마시는 대과(大科)가 아닌 소과(小科)에 지나지 않는다. 재주는 차고 넘쳐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던가? 그러나 다 늘그막에 진사시 합격자들이 입는 예복을 입게 되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늙다리 시인을 보고 수군댄다. 그러자 60년 전에 스물세 살이었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나도 파릇파릇한 젊었을 때가 있었고, 운만 좋았다면 그 나이에 합격할 수도 있었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합격의 소식은 이렇게도 늦게 찾아왔다. 살았던 날들에 대한 늦은 선물이었을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증명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