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년 365일, 한시 365수 (174)

174. 절간 같은 나의 집[次大齊韻], 오경석(吳慶錫)

by 박동욱

174. 절간 같은 나의 집[次大齊韻], 오경석(吳慶錫)

깊숙한 집 손님 없어 절간과 흡사한데

긴 봄날 낮잠 자니 즐거움 넘치었네.

온갖 인연 다 던지고 베개에 누어서는

향 피우고 이따금 옛 책을 꺼내 읽네.

深院無客似禪居 晝永春眠樂有餘

抛盡萬緣高枕臥 燒香時讀故人書


[평설]

찾아올 이 하나 없는 절간과 같은 집. 난 거기서 낮잠을 자니 이유 없이 행복하다. 지금껏 살아오며 맺었던 여러 인연 생각해보면 얼마나 부질없었나. 오랫동안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건네주었다. 나와 마주한 지금, 이 순간이 고맙고 소중하다. 향을 피워 놓고 책을 꺼내서 읽어본다. 잠이 오면 자고 깨어나면 책을 편다. 낮잠, 향, 책으로 이어지는 행복의 무한 루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