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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75)

175. 내 마음 그 누가 알아주리오[老牛], 정내교(鄭來僑)

by 박동욱

175. 내 마음 그 누가 알아주리오[老牛], 정내교(鄭來僑)

죽도록 산의 밭을 갈고 난 뒤에

나무 매여 외로이 울어대누나.

무슨 수로 개갈로 만나게 되어

너의 마음속 말을 하소연하랴.

盡力山田後 孤鳴野樹根

何由逢介葛 道汝腹中言


[평설]

소가 죽을 힘을 다해서 밭을 간 뒤에, 주인은 들판 나무뿌리에 소를 매어 놓았다. 그런데 무엇이 슬픈지 음메음메하고 울어대지만,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턱이 없다. 개갈로(介葛盧)는 춘추 시대 개국(介國)의 임금 이름이다. 그는 소의 말을 잘 이해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소가 개갈로를 만나게 된다면, 무엇이 속상한지 시원하게 말하지 않을까. 시인은 소에 자신을 깊게 투사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슬픔이 넘쳐나지만 아무도 들어 보려고도 알아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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