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87)

187.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絶句], 최충(崔冲)

by 박동욱

187.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絶句], 최충(崔冲)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자리에 드는 산빛은 청하지 않은 손님이네

거기에 또 솔 거문고 악보 없는 곡조 타니

그저 소중히 여길 뿐 남에게 전할 수 없네.

滿庭月色無煙燭 入座山光不速賓

更有松絃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평설]

사실은 촛불도 없고 손님도 없고 거문고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뜰에 어린 달빛은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촛불이라 여기고, 자리에 드는 산빛은 청하지 않았는데 불쑥 찾아오는 손님으로 보겠으며 소나무에 바람 불어 소리가 나는 것은 악보 없는 곡조라 여기겠노라. 이러한 정취를 즐기면서 살아가겠다. 나는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만 남에게 전할 생각도 없고 전한다 해도 남들은 알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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