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197)

197. 어떤 배고픔[遣興], 홍세태(洪世泰)

by 박동욱


197. 어떤 배고픔[遣興], 홍세태(洪世泰)

푸른 산 누워 보다 매일 더디 일어나니

뜬구름, 흐르는 물 모두다 나의 시네.

이 몸은 우습게도 신선이 아니라서

안개, 놀에 배불러도 배고픔 그대롤세.

臥愛靑山起每遲 浮雲流水亦吾詩

此身却笑非仙骨 滿腹煙霞未解飢


[평설]

누워서 주구장창 푸른 산을 보는 게 좋았다. 그래서 매번 느지막이 그 자리를 뜨곤 했다. 떠서 가는 구름, 흘러가는 물 어느 것도 시로 쓸 것 아닌 게 없었다. 그러나 안개와 노을로 아무리 배를 채워도, 실제로 배속에 꼬르륵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신선처럼 보였지만 제 배고픔 하나 해결하지 못했으니 신선일 리 없다. 매번 혼자 정신 승리해 보지만 배고픔 앞에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낭만적인 시인이라도 치열한 생활인의 역할을 요구받곤 한다. 이 세상에 배부른 시인은 없는가?


[참고]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함민복, 「긍정적인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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