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길가 장승에게[戱路邊長栍], 조수삼
212. 길가 장승에게[戱路邊長栍], 조수삼
한결같은 얼굴에다 엄숙한 몸뚱이로
말없이 오래 서서 몇 해나 지났던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와 같다면
천하에 따질 사람 아무도 없으리라.
依然面目儼然身 長立不言問幾春
若使世間皆似爾 應無天下是非人
[평설]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믿고 받들던 조각상으로 그 자리에 그 자세로 오랜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 나무에 새겨 놓은 것이니 표정의 변화도 있을 리 없고 시빗거리를 만들 일도 없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서 시비를 가리는 일이 그치지 않는다. 애초에 시비를 가릴 수도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은데,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세상 사람들이 장승과 같다면 시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