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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14)

214. 새벽에 부른 친구[次謝半癡翁], 이병연(李秉淵, 1671~175

by 박동욱

214. 새벽에 부른 친구[次謝半癡翁], 이병연(李秉淵, 1671~1751)

나는 정말 완전 바보 자네는 반절 바보

오경에도 시를 쓰면 그대를 불렀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아 다시 꿈에 찾았지만

그대 와서 시 읊을 때 난 전혀 몰랐었네.

我是全癡君半癡 五更呼喚句成時

待君不至重尋夢 君到吟詩我不知


[평설]

‘반치옹(半癡翁)’은 이병연의 친구인 이태명(李台明)으로 반치(半癡)는 그의 호다. 그래서 이 호를 활용해서 자신을 완전한 바보로, 친구를 절반 바보라 말했다. 오경(오전 3시-5시)같이 이른 시각에도 시만 다 완성되면 친구를 불렀다. 시를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날이 샐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고, 그새 친구는 와서 내가 써놓은 시를 읊었다. 나는 친구를 찾아 꿈속으로 갔고 친구는 나를 찾아 집으로 왔다. 아무 때든 친구를 부르는 사람은 완전 바보였고, 아무 때든 불러주면 찾아주는 사람은 절반쯤 바보였다. 아름다운 바보들끼리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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