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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24)

224. 풀은 다시 자라지만[有感], 홍세태(洪世泰, 1653~1725)

by 박동욱


224. 풀은 다시 자라지만[有感], 홍세태(洪世泰, 1653~1725)

예전에는 옆집 애와 놀았었는데

지금은 옆집 애만 혼자서 왔네.

봄바람에 꽃다운 풀 물이 올라서

어느새 다시 누대 뒤덮었는데.

昔與隣兒戲 隣兒今獨來

東風芳草色 忽復滿池臺


[평설]

운명이 있다면 이 사람처럼 가혹한 운명이 있을까? 홍세태는 8남 2녀나 되는 자녀를 모두 앞세웠다. 담담하게 상실의 시를 이렇게 썼다. 우리 아이도 예전에 옆집 애와 놀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옆집 아이만 혼자 놀고 있다. 옆집 애는 멀쩡히 살아 뛰노는데 우리집 아이만 보이지 않는다. 하필이면 왜 우리 아이여야 했을까? 봄바람이 불자 풀들이 이들이들 자라 못가 누대를 뒤덮었다. 어디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이내 다시 피는 봄풀의 생명력이 놀랍다. 봄이 되면 풀들도 다시 자라는데 한번 떠난 자식은 영영 이별이었다. 어디선가 있을까 하지만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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