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늙은 아내[村老婦], 이양연(李亮淵)
223. 늙은 아내[村老婦], 이양연(李亮淵)
늙은 아낙 한밤중에 길쌈하다가
후득이는 산 빗소리 먼저 듣고서,
“마당의 겉보리는 내 거둘 테니
영감님은 누워서 주무시구려”
老婦夜中績 先聞山雨始
庭麥吾且收 家翁不須起
[평설]
시인이 홀아비가 된 뒤에 쓴 시다. 아내는 한밤중까지 길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생계에 보탬이 될까 해서다. 그런데 갑작스레 후드득 비가 떨어졌다. 이 빗소리를 아내는 먼저 들었고 남편은 깨서 뒤에 들었다. 남편은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퍼뜩 생각 나서 놀라 걷으려 일어나려 한다. 아내는 보리는 자신이 거둔다고 남편에게 자던 잠을 마저 자라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늘 남편을 배려해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은 내 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