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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56)

256. 강가에서 늙어가진 못하리『패관잡기』, 박계강

by 박동욱

256. 강가에서 늙어가진 못하리『패관잡기』, 박계강

지팡이로 올라와서 먼 곳을 바라보니

한없이 너른 바다, 만 개의 산 있었네.

생계가 나에게는 참으로 화근 되어

강가에서 늙어가지 못하는 신세라네.

扶笻登眺渺茫間 萬頃滄波萬點山

口腹於吾眞一祟 不將身世老江干


[평설]

박계강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나이가 사십이 되도록 일자무식이었다. 그 뒤로 어떤 계기 때문에 분발하여 문장 실력을 갖추게 된다. 남산에 올라와 보니 한강과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왜 여태 이러한 풍경을 보며 살지 못했을까? 먹고 사는 일에 발목을 잡혀 이런 한가한 경치를 즐기며 살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사는 일은 늘 버겁다. 현재를 소진해서 미래를 꿈꾸게 한다. 하지만 미래도 역시 그러한 현재의 연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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