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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55)

255. 가을비 내리고 나면[雨後], 최립

by 박동욱

255. 가을비 내리고 나면[雨後], 최립

거센 바람 부는 아침 자욱이 비 오더니

비단 같은 온 숲속이 절반쯤 비게 하고,

온 산 가득 가을빛을 이미 싹 거두고서

남은 단풍 푸른 내로 함께 띄워 보내누나.

朝來風急雨濛濛 錦繡千林一半空

已作漫山秋色了 殘紅與泛碧溪中


[평설]

만추(晩秋)의 어느 아침이다. 아침부터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비가 내렸다. 내린 비 때문에 숲속에 형형색색의 가을 단풍은 절반이나 떨어져 버렸다. 가을이 겨울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순간이다. 온 산의 가을빛은 사라졌지만, 단풍은 푸른 시냇물에 띄운 채 흘러간다. 이처럼 자신의 등장을 마치면 퇴장을 한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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