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히는 지혜 -명심보감 64-

by 박동욱

3. 범충선공(范忠宣公)이 자제를 경계하여 말하였다. “사람이 비록 아주 어리석을지라도 남을 꾸짖는 데엔 똑똑하고, 비록 총명할지라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엔 어리석다. 너희들은 항상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들을 용서한다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걱정할 것이 없다.”


范忠宣公이 戒子弟曰 人雖至愚나 責人則明하고 雖有聰明이나 恕己則昏이니 爾曹는 但常以責人之心으로 責己하고 恕己之心으로 恕人이면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




[평설]

이 글은 『소학』과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에 나온다. 범충선공(范忠宣公)은 범순인(范純仁, 1027∼1101)을 말한다. 충선(忠宣)은 그의 시호이다. 범순인은 명재상의 아들로, 자는 요부(堯夫)이며, 벼슬은 관문전 태학사(觀文殿太學士)에 이르렀다. 범중엄이 아들 순인을 고소(姑蘇)에 보내어 보리 500섬을 운반하게 하였다. 범순인이 보리를 싣고 가다가 단양(丹陽)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의 친구 석만경(石曼卿)이 두 달 동안이나 부친의 상(喪)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보리를 실은 배를 주고 오자 범중엄이 흡족해 했다고 한다.

제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남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데에는 똑똑하지만 아주 총명한 사람도 자신을 용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법이다. 남들은 거칠 것 없이 비판하더라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이것은 똑똑한 이나 어리석은 이나 다를 바 없다. 남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잣대로 자신을 대하고, 나를 용서하던 부드러운 태도로 남을 대해야 한다. 말이 쉽지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이것을 실천했다면 이미 성현의 반열에 오른 셈과 다를 바 없다.

윗글에 어울리는 시가 하나 있다. 다소 길지만 전문을 소개한다. 신경림은 「동해바다」에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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