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68)

268. 반쯤 핀 꽃이 가장 좋다[又賦梅], 유숙기(兪肅基)

by 박동욱

268. 반쯤 핀 꽃이 가장 좋다[又賦梅], 유숙기(兪肅基, 1696~1752)

안 폈을 땐 성마르게 더디 핀다 언짢다가

활짝 필 땐 안절부절 다시 질까 걱정하네.

새삼 알겠구나. 소옹이 사물 이치 꿰뚫어 보고

반쯤 폈을 그때에만 꽃구경했다는 걸.

未開躁躁常嫌遅 旣盛忡忡更怕衰

始識邵翁透物理 看花惟取半開時


[평설]

유숙기의 꽃 사랑은 남달랐다. 좋은 분매(盆梅)가 있다고 하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매화가 아직 안 폈을 때 조바심치며 더디 피는 것을 못 마땅해하다가, 매화가 활짝 피면 이제 꽃이 져 버릴 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다시 꽃이 질까 봐 걱정한다. 이러나저러나 걱정에서 못 벗어났다. 그러다 소옹의 다음과 같은 시구절이 머리에 떠올랐다.「안락와중음(安樂窩中吟)」 제11수에 “술 마셔도 잔뜩 취하지 말 것이며, 꽃을 보아도 만발하여 뚝뚝 질 때는 피해야지.[飮酒莫敎成酩酊, 賞花愼勿至離披.……]”라 하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극단에 가면 좋을 것이 없으니 중도(中道)를 지켜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아 그렇구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반쯤 핀 꽃과 같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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