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어떤 고자질[田家], 손필대(孫必大)
278. 어떤 고자질[田家], 손필대(孫必大)
날 저물어 김맨 뒤 집에 와보니,
어린 자식 문에서 일러바치네.
“동쪽 집은 소들을 단속지 않아
기장을 죄다 뜯어 먹었다네요”
日暮罷鋤歸 稚子迎門語
東家不愼牛 齕盡溪邊黍
[평설]
아버지는 김을 다 매고 날이 저물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어린 자식들은 문 앞까지 달려 나와 아버지를 맞아준다. 그런데 그놈들 하는 말이 참으로 재미나다. 동쪽 집에서는 소들을 잘 매어 놓지 않아서 시냇가에 있는 기장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소들은 아이들 몫이었다. 동쪽 집은 그런 사달이 났지만 우리 집 소는 자신들이 잘 관리했다고 뻐기는 말이다. 아버지의 귀갓길은 하루의 눅진한 피로와 함께하지만, 아이들의 환대는 어디에 비할 데 없는 비타민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