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77)

277. 호랑이 발자국[田家], 김득신(金得臣)

by 박동욱

277. 호랑이 발자국[田家], 김득신(金得臣)

울 무너져 노인은 개를 꾸짖고

아이 불러 일찍 문 닫으라 하네.

어젯밤 눈에 새긴 발자국 보니

분명히 범이 마을 지나갔으리.

籬弊翁嗔狗 呼童早閉門

昨夜雪中迹 分明虎過村


[평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울타리는 전부 엉망진창이 되어 성한 곳이 하나 없다. 울타리가 이렇게 될 때까지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참으로 밥값도 못하는 놈이라고 개를 타박해 본다. 아이를 불러서 일찌감치 문단속을 단단히 하라 했다. 그런데 눈에 찍힌 발자국을 보니 호랑이 발자국이 틀림없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간밤에 호랑이가 마을을 지나갔다. 호랑이는 우리 집 울타리를 무너뜨렸는데 개는 겁을 집어먹어 짖을 생각도 못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