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79)

279. 나귀에서 잠을 자다[途中], 김득신(金得臣)

by 박동욱

279. 나귀에서 잠을 자다[途中], 김득신(金得臣)

나귀에다 봄 잠을 한 짐 싣고서

푸른 산을 꿈속에 지나가누나.

깨고서야 비 온 줄 알게 됐으니

시냇물 새 소리가 들려서였네.

驢背馱春睡 靑山夢裏行

覺來知雨過 溪水有新聲


[평설]

나그네가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나귀에서 꾸벅꾸벅 잠을 잤다. 그러는 동안 한잠에 빠져 푸른 산을 다 지나고 있었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시냇가에서 꽐꽐 소리가 크게 들려서 그 참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제야 그사이에 비가 온 줄 알게 되었다. 비가 한창 내릴 때도 잠에서 깨지 않을 만큼 단잠이었다. 아! 아름답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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