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80)

280. 두 번째 이별[逢孝直 趙靜菴光祖喪], 박상

by 박동욱

280. 두 번째 이별[逢孝直 趙靜菴光祖喪], 박상

무등산 앞에서는 두 손을 맞잡더니

소달구지 바쁘게도 고향에 돌아가네.

훗날에 저승에서 다시 서로 만나면은

세상의 시비일랑 괜스레 말을 마세.

無等山前曾把手 牛車草草故鄕歸

他年地下相逢處 莫說人間謾是非


[평설]

이 시는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조광조(趙光祖)가 사사(賜死)되고, 이듬해 귀장(歸葬)할 때 지은 것이다. 조광조는 대단한 개혁가였지만 개혁은 실패하고 쓸쓸히 죽었다. 1,2구는 시간의 격절이 있다. 1구에서는 살아서 만났지만 2구에서는 차디찬 시신으로 만났다. 조광조가 능주로 유배 갈 때 박상은 무등산에서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었다. 그때는 그것이 마지막인 줄 예상치 못했다. 이제 시신이 소달구지에 실려 고향에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생생한 장면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혹시라도 저승에서 만나게 되면 시비 따위를 말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은 이 세상에 미련일랑 접어두고 영면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