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비석 하나[和禮卿西翁墓下作], 홍세태
281. 비석 하나[和禮卿西翁墓下作], 홍세태
무덤엔 풀들 벌써 오래됐는데
여길 자소(임준원) 무덤이라 하네.
말 멈춰도 누가 손님 맞아주랴만,
잔 잡아 그대에게 홀로 권하네.
평생에 작은 비석 하나 남으니
모든 일이 뜬구름 같을 뿐이네.
두견새도 나무에서 울어대노니
마음이 아파 차마 들을 수 없네.
荒原草已宿 是謂子昭墳
駐馬誰迎客 持杯獨勸君
平生餘短碣 萬事一浮雲
杜宇啼山木 傷心不忍聞
[평설]
임준원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유명했다. 홍세태도 임준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임준원의 집에서 가장 오래 얹혀살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임준원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무덤을 찾은 감회를 시로 썼다. 무덤에 풀은 웃자라 있는데 이곳을 임준원의 무덤이라 하니 기가 턱 막힌다. 평생에 했을 무수한 선행을 뒤로 하고 빗돌 만이 남아 있으니 세상사가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때 마침 두견새에 서글프게 울어대니 마음이 더 무너져 내린다. 친구는 죽어서 무덤 속에 있고, 나는 살아서 무덤가에서 새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