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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85)

285. 꽃을 지킨 거미[海棠花枝 有蛛網 落英留掛 因以賦之]」, 김인후

by 박동욱

285. 꽃을 지킨 거미[海棠花枝 有蛛網 落英留掛 因以賦之]」, 김인후(金麟厚)

석 달간 봄바람이 꿈결처럼 지나가고

해당화 가지에는 연지가 걸려 있네.

거미도 봄빛을 애석히 여길 줄 알았던지

가지 끝 그물 쳐서 지는 꽃 지키었네.

九十東風夢裡過 臙脂留却海棠窠

蜘蛛亦解憐春色 遮網枝頭護落花

[평설]

봄날은 야속하게도 지나가 버렸다. 그러자 해당화도 속절없이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거미가 해당화 가지에 거미줄을 쳐놓았는데 마침 해당화 꽃잎이 지다가 거기에 걸려 있었다. 이 사소한 장면을 시인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거미가 봄이 가는 걸 애석히 여겨 그물을 쳐서 지는 꽃을 지켰다고 했다. 어쨌든 지는 꽃은 거미줄에 걸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봄은 얼마나 더 머물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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