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옥 같은 빛깔, 난초 같은 향기[題玉蘭上人詩卷], 한수(韓脩)
286. 옥 같은 빛깔, 난초 같은 향기[題玉蘭上人詩卷], 한수(韓脩)
옥은 흙과 돌에 감춰둬도 나무가 윤기 나고
난초는 쑥에 파묻혀도 바람결에 향기 나네.
다만 내실 갖췄다면 가릴 수가 없으니
그 마음 남 알아줌 중요하지 않다네.
玉藏土石木爲潤 蘭沒蕭艾風傳熏
只緣有實不可掩 渠心非要人見聞
[평설]
옥란 스님의 시권에 붙인 시다. 옥란은 백목련(白木蓮)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옥란이란 이름을 가지고서 ‘옥’과 ‘난초’의 의미를 풀고 있다. 1구에선 옥에서 빛깔을, 2구에선 난초에서 향기를 각각 가져왔다. 옥은 흙이나 돌에 감추어져 있어도 나무가 윤기나는 데 도움을 주고, 난초는 쑥 같은 풀 속에 파묻혀 있어도 바람이 불면 향기가 전해진다. 내실(內實)만 갖추고 있다면 가릴 수 없고 반드시 드러나는 법이다. 그러니 남들이 알아주는 여부와 상관없이 제 길만을 가면 될 뿐이다. 이처럼 아직은 남들이 진가를 몰라봐도 옥과 같이 빛이 나고 난초처럼 향기 나는 사람이라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