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 오래된 이별[送平安都事金彦亭], 양사언
287. 오래된 이별[送平安都事金彦亭], 양사언
창힐이 괜스레 ‘이별’이란 글자 만들었는데
진시황은 어찌하여 태우지 않았던가.
지금껏 세상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양관에 오갈 때엔 언제나 보게 되네.
蒼頡謾爲離別字 秦皇胡乃不焚之
至今留滯人間世 長見陽關去住時
[평설]
창힐은 문자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별이란 글자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시황은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해서 유자들을 파묻고 책을 불살랐다. 이 사람이 책들을 남김없이 다 태웠다면 이별이란 글자도 남아 있을 턱이 없다. 이처럼 창힐과 진시황을 통해 ‘이별’이 야속하다 말하고 있다.
그러니 창힐과 진시황 두 사람 덕분에 이별이 아직도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양관을 오고 갈 때는 언제나 이별과 마주하게 된다. 양관(陽關)은 중국의 옛 관명(關名)으로 시문(詩文)에서 흔히 이별의 장소를 나타낸다. 이 시의 제목은 ‘평안도사 김언형을 전송하며’다. 결국 친구 김언형과 이별하기 싫다는 말을 이렇게 재치 있는 시로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