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 새벽에 주운 밤[栗], 무명씨(無名氏)
292. 새벽에 주운 밤[栗], 무명씨(無名氏)
서리 맞은 붉은 밤톨 빨갛게 아롱졌는데
숲에서 주워보니 이슬이 그대로네.
아이들 잠을 깨워 화톳불 헤쳤는데,
옥 껍질 타고나자 금빛 알 튀어나오네.
霜餘脫實赤爛斑 曉拾林閒露未乾
喚起兒童開宿火 燒殘玉殼迸金丸
[평설]
할아버지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숲속을 산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붉은 밤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 아직도 이슬이 맺혀 있다. 아이들 생각에 주변에 보이는 밤들을 주머니에 챙겨간다. 집에 와서 아직도 잠에 빠진 아이들을 깨워서 화톳불에 밤을 묻어둔다. 조금 있으니 껍질은 다 타버리고 알맹이는 톡하고 튀어나왔다. 밤 하나에 모두 모여서 밤 익히기를 기다리다 하얀 밤톨 먹으면서 한바탕 웃어댄다. 가족이란 새벽 같은 서늘함을 화톳불 같은 온기로 덥혀 주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