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십 년 동안 아팠지만[十年], 남극관
296. 십 년 동안 아팠지만[十年], 남극관
십 년 동안 나 홀로 우울한 병 앓았으니
백 대 걸쳐 그 누가 쓸쓸한 맘 불쌍타 하리.
바둑판, 약봉지만 지켜줌을 깨닫는데,
온종일 뜰 앞에는 발소리 하나 없네.
十年獨抱幽憂疾 百代誰憐歷落心
棊盤藥裹解相守 盡日庭前無足音
[평설]
남극관은 평생 병에 시달리다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시는 22세에 쓴 것으로 모두 4수를 남겼다. 십년 동안 지독하게 아팠지만 백 대 걸친 세월이 흘러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우니 바둑판과 약봉지만이 자신을 지켜줄 뿐이다. 심심하면 혼자 바둑을 두고 몸 아프면 약을 먹었다. 온종일 뜨락에는 오가는 사람이 하나 없어 발소리도 뚝 끊겼다. 세상에서 고립되어 줄곧 아팠다. 인생은 아프지 않은데도 아픈 것인데, 계속 아팠으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