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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97)

297. 지독한 하루[幽憂無所事漫披詩表雜題盡卷], 남극관(南克寬)

by 박동욱

297. 지독한 하루[幽憂無所事漫披詩表雜題盡卷], 남극관(南克寬)

구석에서 더위가 물러가더니

처마 틈의 그늘도 옮겨가누나.

온종일 묵묵하게 말이 없다가

정을 빚어 짧은 시 짓고 있었네.

座隅覺暑退 檐隙見陰移

竟日黙無語 陶情且小詩


[평설]

한여름에 시간을 어렵게 보내고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그늘이 옮겨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 더디고 더딘 시간을 견디어 내고 또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온종일 말할 사람 하나 없어서 말 한마디 못 하고 그리 지냈다. 그러다가 혼자서 온종일 머릿속에서 공 굴리던 생각을 끄집어내 시를 짓는다. 지독한 하루를 또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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