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 백 년 인생 이처럼 지나가겠지[幽憂無所事 ...], 남극관
298. 백 년 인생 이처럼 지나가겠지[幽憂無所事 漫披詩袠 雜題盡卷], 남극관(南克寬)
계집종이 저녁밥 차려 내오자,
붓 던지고 숟가락 대신 잡으니.
내일도 오늘하고 다름없어서
백 년 인생 이처럼 지나가겠지.
女奴餉晩飧 擲筆聊捉匕
明日如今日 百年蓋如是
[평설]
계집종이 저녁밥을 차려 내왔다. 붓 잡고 글을 쓰다가 던져두고서 숟가락을 대신 잡는다. 그리고는 연실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는다. 그러다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목구멍에서 치밀어 온다. 어제도 오늘 같았으니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다가 배고프면 배만 채운다. 배는 채우지만 가시지 않는 허기는 어쩔 수 없다. 아마도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날 것 같다. 자꾸만 서글픔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