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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99)

299. 조강지처는 버리면 안된다[藥泉書 有登徒之喩 戲作], 박세당

by 박동욱

299. 조강지처는 버리면 안된다[藥泉書 有登徒之喩 戲作], 박세당(朴世堂)

집에서 조강지처 소박을 놓지 않고

머리가 셀 때까지 사랑하며 함께 사네.

이웃집에 예쁜 여자 없어서가 아니라

남편을 공경 하는 아내가 어여뻐서네.

堂前不肯下糟妻 頭白鴛鴦愛並棲

不是東隣無美色 心憐擧案與眉齊


[평설]

남구만의 누이는 박세당과 혼인했으니 남구만은 박세당의 자형(姊兄)이 된다. 원문 제목에는 ‘약천(藥泉)의 서신에 나를 두고 등도(登徒)에다 비긴 말이 있기에 장난삼아 4수를 짓다’라 되어 있다. 여기서 등도(登徒)는 전국 시대 인물이다. 그의 부인이 봉두난발에 언청이요 이가 드문드문 빠지고 피부에 종기까지 난 박색이었는데도 등도자는 그 부인을 사랑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남이 못생긴 여자와 사는 사람이라고 자형을 골린 셈이다. 남구만은 자신의 누이가 이쁘지도 않은데 자형과 누님의 사이가 좋은 것을 보고 농을 했다. 조강지처는 소박을 놓으면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늙을 때까지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그 이유는 이웃에 미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챙겨주고 공경하는 아내가 가여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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