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친구를 기다리며[待人], 최사립(崔斯立)
301. 친구를 기다리며[待人], 최사립(崔斯立)
천수문 앞에서는 버들개지 날리는데
술 한 병 가져와서 친구를 기다리네.
해 질 녘 눈 빠져라 보니 긴 길은 저무는데,
많은 행인 다가오면 그 사람 아니었네.
天壽門前柳絮飛 一壺來待故人歸
眼穿落日長程晩 多少行人近却非
[평설]
천수사(天壽寺)는 고려조에 개성(開城) 동쪽에 있었던 사찰이다. 왕조 교체기에 폐사(廢寺)가 되었다. 여기는 교통 요충지여서 사람들을 많이 맞이하고 보내는 곳이었다. 봄이 되어 문 앞에는 버들개지가 흩날린다. 친구를 만나기 딱 좋은 날이다. 술 한 병 챙겨가서 친구를 기다린다. 친구가 올지도 모를 길을 눈이 빠져라 쳐다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새 해 질 녘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쳤다. 멀찍이 보고서 친구인가 하면 가까이선 친구가 아니었다. 자꾸만 사람들이 친구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