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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02)

302. 공감의 힘[農夫], 박윤원(朴胤源)

by 박동욱

302. 공감의 힘[農夫], 박윤원(朴胤源)

농부가 논 가운데 서서 있는데

진흙에 두 발목이 빠져 있으니

귀인(貴人)으로 하여금 보게 한다면

어찌 잘 차린 음식 달게 먹으리.

農夫立田中, 泥土沒兩足.

若使貴人見, 詎甘方丈食.


[평설]

이 시는 박윤원의 부친이 공주 판관으로 있을 때 들판을 거닐다가 목격한 농부의 모습을 쓴 것이다. 논 가운데 농부가 서서 있는데 진흙에 두 발이 푹 빠져 있었다. 농사짓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귀한 사람이 이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진수성찬을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먹는 것 하나하나가 이런 농부들의 피와 땀 덕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수준은 남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남들의 아픔에 같이 아파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어도, 남의 아픔에 외면하거나 조소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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