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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5)

325. 이슬에 젖다[畫鶴], 이달(李達)

by 박동욱

325. 이슬에 젖다[畫鶴], 이달(李達)

외로운 학 멀찍이 허공을 보며

밤이 춥자 한쪽 발 접고 있는데.

서풍이 참대 숲에 불어대니까,

온몸에 가을 이슬 젖어있도다.

獨鶴望遙空 夜寒拳一足

西風苦竹䕺 滿身秋露滴

[평설]

학은 저 먼 허공을 응시하며 비상의 꿈을 되새긴다. 그렇지만 밤이 되자 날씨는 추워졌고 한쪽 발을 접고서 잠시 쉬어 본다. 그러다가 바람이 대숲에 불어대자 학의 온몸은 이슬에 젖게 된다. 여기서 학은 무슨 의미일까? 시인은 자신을 학에 강하게 투사하였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이슬에 온몸이 젖을지라도 끝내 하늘에 올라갈 꿈은 잃지 않으리라. 추위에 한 발은 접을지라도 절대로 두 발을 접거나 꿇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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