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이 늙은이[此翁], 이산해
348. 이 늙은이[此翁], 이산해
꽃 피자 매일매일 스님과 만나더니
꽃 지자 열흘 넘게 울타리 닫아뒀네.
입 모아 말하겠지 “이 늙은이 정말 우스워
한 해의 걱정, 기쁨 모두 꽃에 달려있다”
花開日與野僧期 花落經旬掩竹籬
共說此翁眞可笑 一年憂樂在花枝
[평설]
이산해는 강원도 평해의 바닷가에서 1592년부터 1594년까지 2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 이 시는 당시에 쓴 것이다. 제목에 나오는 이 늙은이는 바로 본인을 가리킨다. 꽃이 피면 사람을 만났다가 꽃이 지면 두문불출했다. 사람들은 이 늙은이의 희로애락이 꽃에 달려 있다고 비웃을 줄 모른다. 그렇지만 어려운 유배 생활을 꽃에 기대어 버티어 냈다. 꽃이 피면 기뻐했고 꽃이 지면 슬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