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허수아비[虛父贊], 성운(成運)
349. 허수아비[虛父贊], 성운(成運)
볏짚으로 살 만들고 새끼 줄로 힘줄 만드니
사람 모습 하고서는 우두커니 서 있지만,
마음도 아예 없고 배 속도 비어 있어
하늘과 땅 중간에 서서 보고 들음 아예 없네.
무지에 처했으니 누구에게 화 내리오.
肌以藁筋以索 人其形塊然立
心則亡虛其腹 中天地絶聞覩
處無知誰與怒
[평설]
이 시의 병서(幷序)에는 사연이 나오는데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귀가 먹어서 사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사람의 일을 살피지 못하니, 한갓 모습만 밖으로 볼 때 멀쩡한 것이 그야말로 허수아비와 비슷하다.” 성운은 자신의 호를 허보(虛父), 즉 허수아비로 삼았다. 이런저런 상처와 아픔이 속을 텅 비게 하고 화도 나지 않게 하였다. 어느새 하늘과 땅 사이에서 손 벌리고 있는 허수아비처럼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