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년 365일, 한시 365수 (349)

349. 허수아비[虛父贊], 성운(成運)

by 박동욱

349. 허수아비[虛父贊], 성운(成運)

볏짚으로 살 만들고 새끼 줄로 힘줄 만드니

사람 모습 하고서는 우두커니 서 있지만,

마음도 아예 없고 배 속도 비어 있어

하늘과 땅 중간에 서서 보고 들음 아예 없네.

무지에 처했으니 누구에게 화 내리오.

肌以藁筋以索 人其形塊然立

心則亡虛其腹 中天地絶聞覩

處無知誰與怒


[평설]

이 시의 병서(幷序)에는 사연이 나오는데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귀가 먹어서 사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사람의 일을 살피지 못하니, 한갓 모습만 밖으로 볼 때 멀쩡한 것이 그야말로 허수아비와 비슷하다.” 성운은 자신의 호를 허보(虛父), 즉 허수아비로 삼았다. 이런저런 상처와 아픔이 속을 텅 비게 하고 화도 나지 않게 하였다. 어느새 하늘과 땅 사이에서 손 벌리고 있는 허수아비처럼 되어 버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