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山行], 송익필
356.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山行], 송익필
가다 보면 앉길 잊고 앉다 보면 가길 잊어
그늘에서 말 쉬게 하고 물소리 듣고 있네.
뒤처졌던 몇 사람이 나 앞질러 지나가나,
각자가 제 길 가니 무엇을 다투리오.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聽水聲
後我幾人先我去 各歸其止又何爭
[평설]
산길을 가다 보면 쉴 때를 놓치기 십상이고, 쉬다 보면 갈 때를 잊어버리기 쉽다. 가야 할 때와 쉴 때를 제대로 제때 하기란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산길을 가다가 시인도 말도 쉬면서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 한참 뒤처졌던 사람들이 시인 앞을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분이 나서 열심히 길을 나서 상대를 다시 제치려 들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제 나름의 쉴 때와 갈 때가 있으니 그들과 다툴 것이 없고, 내가 마음 먹은 대로 하면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