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驟雨] 허적(許, 1563~1640)
358.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驟雨] 허적(許, 1563~1640)
드센 바람 소나기 몰아오더니
앞 기둥 빗줄기에 온통 젖었네.
폭포처럼 처마 따라 떨어졌었고
여울처럼 섬돌 둘러 마구 흘렀네.
이미 무더위 싹 씻어 없애버리니
다시 시원한 기운 많이 난다네.
저물 무렵 먹구름 걷히고 나자
옷깃 풀고 밝은 달 마주하였네.
亂風驅驟雨 霑灑滿前楹
飛瀑緣詹下 流湍遶砌橫
已滌炎威盡 還多爽氣生
向夕陰雲捲 披襟對月明
[평설]
노자에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온종일 내리지 않는다[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라 하였다. 소나기는 예상키 어렵게 쏟아지지만 금세 그친다. 이 시에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소나기가 한바탕 퍼붓고 지나가자 더위는 금세 사라졌다. 어느새 막막하던 먹구름은 걷히고 밝은 달을 마주하게 된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과 고난도 거짓말처럼 끝을 보일 날이 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