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여름 부채[端午日述哀], 정약용(丁若鏞)
360. 여름 부채[端午日述哀], 정약용(丁若鏞)
지난날 오월 오일 단옷날에는
선방(扇房)에서 부채를 내리시었네.
궁궐에서 새로 만든 것이기에,
긴 여름 부채 덕에 시원했었지.
칠 광택은 만질수록 반질거렸고
붉은 인주 찍힌 단오첩 향기롭더니,
지금은 장독 기운 어린 곳에서
모기떼만 괴로이 침상에 드네.
舊日端陽日 恩頒自扇房
內家新制作 長夏故淸凉
漆澤摩來潤 紅泥帖子香
如今瘴厲地 蚊蚋苦侵床
[평설]
이 시는 정약용이 장기에 유배 갔을 때 지은 것이다. 단순히 부채는 더위를 시키는 도구가 아니었다. 부채는 임금의 신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었다. 부채 덕에 여름철 더위도 피했고 관직의 괴로움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번 단옷날에는 유배지에서 모기 밥이 되고 말았다. 성은(聖恩)이 떠난 자리에는 모기한테 물린 자국이 상처처럼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