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여인의 무덤[嬋娟洞], 권필(權韠)
364. 여인의 무덤[嬋娟洞], 권필(權韠)
해마다 봄빛이 거친 무덤에 이르면
꽃은 새 단장한 듯 풀빛은 치마 같네.
저 많은 꽃다운 넋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껏 비 되었다 다시 구름 되는구나.
年年春色到荒墳 花似新粧草似裙
無限芳魂飛不散 秪今爲雨更爲雲
[평설]
이 시도 선연동을 다루고 있다. 봄이 되면 무덤에 꽃이 피고 풀이 돋아났는데 마치 여인이 새 단장하고서 치마를 입은 것만 같다. 그런데 무덤에 비가 내리니 더욱 마음이 아련하다. 시인은 이 풍경을 고사를 빌려 아름답게 표현했다. 초나라 회왕(懷王)이 고당(高唐)에 노닐 다가 꿈속에 아름다운 여인과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었다. 여인이 이별하며 말하기를 “첩은 무산(巫山)의 남쪽 고구의 꼭대기에 있는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양대(陽臺) 아래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