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흰 머리 뽑아주는 어린 딸[幼女鑷白髮謾吟], 윤기(尹愭)
365. 흰 머리 뽑아주는 어린 딸[幼女鑷白髮謾吟], 윤기(尹愭)
어린 딸은 흰 머리가 많은 게 안됐는지
보는 대로 뽑아주나 금세 또다시 나네.
시름 속에 늙는 일을 막지 못함 잘 알지만,
거울 속 흰 머리에 놀라는 일 면하누나.
성글어진 내 머리털 누가 이리 만들었나
점점 더 빠져서는 어찌할 도리 없네.
검은 머리 뽑지 말라 언제나 당부하지만
공연스레 늙은이 될까 봐서 두렵다네.
幼女憐吾白髮多 纔看鑷去忽生俄
極知無益愁中老 且免斗驚鏡裏皤
種種始緣誰所使 駸駸漸至末如何
鋤根每戒傷嘉糓 猶恐公然作一婆
[평설]
이 시는 윤기의 나이 47세 때인 1787년 겨울에 지은 것이다. 흰머리처럼 노년의 뚜렷한 증후도 없다. 어린 딸은 아빠의 흰 머리가 못마땅했다. 흰 머리만 보이면 족집게로 머리털을 뽑아준다고 법석이다. 흰 머리 뽑는 일이 소용없는 일이지만 거울 속에서 자신의 흰 머리를 보는 일은 잠시나마 면할 수 있다. 그런데 딸아이가 멀쩡한 검은 머리까지 뽑아서 이제 머리털이 남은 것도 별로 없다. 흰머리 걱정에다 대머리 걱정까지 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