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李廷柱), 「偶吟 八首」
82. 술주정뱅이 승상
曹參醉廢事(조참취폐사) 조참은 술에 취해 정무를 팽개치고
但道遵蕭相(단도준소상) “소상국 하던 대로” 만 말했다네.
爾後相最易(이후상최이) 그 이후로 승상 자리 가장 쉬워서
木偶亦不妨(목우역불방) 꼭두각시 앉혀도 무방하게 되었다네
이정주(李廷柱), 「偶吟 八首」
[평설]
소하와 조참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하가 죽을 때 자신의 후임으로 조참을 추천하였다. 조참은 승상이 되자 일은 하지 않고 날마다 술만 마셨다. 사실 조참은 참소와 시비, 청탁을 피하고 공명정대한 정치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 일부러 함께 술을 마시며 취했다. 나중에 ‘소하가 법을 만들고 조참이 이를 따른다[簫規曹隨]’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조참의 이러한 행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 시에서 조참은 책임 회피와 보신적인 태도로 일관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작자는 조참이 무능한 승상이었다고 비판하며, 조참을 전복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는 당대 현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관료제의 폐해와 보신주의적 처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준법(遵法)’이나 ‘수성(守成)’으로 해석되어 옹호받던 가치를, ‘보신(保身)’과 ‘답습(踏襲)’으로 해석하여 고쳐야 할 폐해로 치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