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식(全湜),「옹치의 무덤을 지나며[過雍齒墓]」
83. 손가락질하는 무덤
喬木寒原鎖暮雲(교목한원쇄모운) 높은 나무 선 벌판에 저녁 구름 끼었는데,
行人指點什方墳(행인지점십방분) 행인이 십방후의 무덤을 가리키네.
身先萬戶名千古(신선만호명천고) 만호후에 앞서서 천고 이름 남으리니
不羨當時第一勳(불선당시제일훈) 당시에 최고 공훈 부럽지 않았다네.
전식(全湜),「옹치의 무덤을 지나며[過雍齒墓]」
[평설]
이 시는 전식(錢適)이 옹치(雍齒)의 무덤을 지나며 느낀 감회를 읊은 작품이다. 만호후는 만호(萬戶)를 식읍(食邑)으로 하는 제후로 후대에는 작위가 높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옹치를 만호후 보다 낫게 평가하여 당시에 어떤 공훈보다 부럽지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어적 표현으로 불명예스러운 행적을 강조하기 위한 시적 장치이다. 작가는 옹치처럼 불의한 방법으로 공을 세운 것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결국 옹치의 공훈은 천고에 악명으로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