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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85

남용익(南龍翼), 「詠史」, ‘漢高祖’

by 박동욱

85. 후공과 가령을 홀대한 한고조

侯公功在酇候前(후공공재분후전) 후공의 공적은 소하 이전에 있었건만

鐵卷丹書獨未傅(철권단서독미부) 단서철권에 유독 전하지 않았다네.

家令一言何所補(가령일언하소보) 가령의 한마디가 무슨 도움 되었던가

黃金虛荷主恩偏(황금허하주은편) 황금은 헛되이 임금의 치우친 은혜 받았네.

남용익(南龍翼), 「詠史」, ‘漢高祖’


[평설]

이 시는 한고조 유방이 공신을 차별적으로 대우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1, 2구는 후공의 예이다. 후공은 항우와의 협상을 맡아 합의를 끌어내서 유방의 부모와 처자식을 돌려받고 항우의 군대를 동쪽으로 돌아가게 했지만, 그에 걸맞은 공적이 기록되지는 않았다. 3, 4구는 가령의 예이다. 가령이 태공(太公)에게 아들인 한고조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조언하였다. 한고조는 그 내막을 듣고 가령에게 상을 내리고, 태공에게 태상황(太上皇)의 존호(尊號)를 올렸다. 그렇지만 가령이 상을 받았어도 황금은 받지는 못했다. 이는 유방이 진평의 건의를 받아들여 항우와 그의 부하들을 이간질하는 데 쓸 황금 4만 근을 내주면서 용처도 묻지 않았던 일과 대비된다. 한고조 유방의 공신 홀대는 후공, 가령의 예에만 그치지 않았으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기신(紀信)의 일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공신들을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로 본 것이 아니라, 실컷 이용만 하다가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버리는 소모품 정도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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