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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Dec 01.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40

남용익(南龍翼),「詠史」, ‘昭烈帝’

40. 소열 황제를 그리며

祈山長史回軍日(기산장사회군일)   기산에서 장사(長史)가 회군하던 날에는

北地王孫哭廟時(북지왕손곡묘시)   북지왕 유심은 사당에서 곡할 때였네.

靈在九天應不識(영재구천응불식)   구천에 혼령 있어 응당 모르겠지만,

世間空使蜀人悲(세간공사촉인비)   세상은 부질없이 촉나라 사람만 슬프게 하네.

남용익(南龍翼),「詠史」, ‘昭烈帝’     


[평설]

이 시는 촉한의 망국을 다루고 있다. 1, 2구는 나라가 망하던 날의 풍경을 담고 있다. 장사(長史)는 벼슬 이름이나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성도(成都)에서 촉한의 후주가 등애에게 항복하려 하자, 황태자 북지왕(北地王) 유심(劉諶)이, 배수진을 치고 사직을 위해 힘써 싸우다가 함께 죽어야 마땅하다고 간언하였다. 그러나 후주가 받아들이지 않자, 유심은 소열황제(昭烈皇帝) 유비(劉備)의 사당에 곡하고 먼저 처자를 죽인 뒤에 자살하였다.  

3구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유비를 말한다. 유비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았으리라는 언외(言外)의 의미도 담고 있다. 나라는 망했고 그 슬픔은 온전히 망국의 백성들 몫이었다. 죽어서 슬픔을 모를 군주와 살아서 슬퍼해야 할 백성들을 대비시켜 비극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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