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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87

남용익(南龍翼),「詠史」, ‘張良’

by 박동욱

87. 장량의 세 가지 사건

沙中餘憤未全消(사중여분미전소) 박랑사 남은 분노 가시지 않아서는

爲報韓仇托漢朝(위보한구탁한조) 한(漢)나라에 몸을 맡겨 한(韓) 나라 원수 갚으려 했네

狂客亦思存絶世(광객역사존절세) 미친 객이 또한 세상에 이름 남기려 했지만

借籌誰遣印還銷(차주수견인환소) 젓가락 빌려서는 도장을 녹이었네.

남용익(南龍翼),「詠史」, ‘張良’


[평설]

이 시는 장량의 복수와 공명(功名)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량(張良)은 한(韓)나라 정승의 아들이다. 그는 한나라가 진시황(秦始皇)에게 멸망한 것에 원한을 품고, 박랑사(博浪沙)에서 창해역사(滄海力士)를 시켜 시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장량은 항량(項梁)에게 요청하여 한(韓)나라 공자(公子) 한성(韓成)을 한왕(韓王)으로 세우고 자신은 상국(相國)이 되었다. 그러나 항우가 한성을 죽이자 한고조에게 몸을 맡기게 된다.

광객(狂客)은 역이기를 가리킨다. 한고조가 형양(滎陽)에서 항우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역이기(酈食其)가 계책을 내놓았다. 진나라에 멸망된 여섯 나라의 후손들을 제후로 봉하고 도장을 주면, 그들이 유방을 섬겨 항우의 세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유방이 이를 받아들여 도장을 만들게 했으나, 장량이 젓가락을 빌려 땅바닥에 그려가며 이 계책의 여덟 가지 문제점을 설명하자 한고조가 결국 도장을 녹여 버리게 했다.

이 시는 장량의 생애에서 인상적인 세 가지 사건, 즉 박랑사에서의 시해 시도, 한나라 유방으로의 귀의, 그리고 역이기의 계책을 물리친 일을 차례로 제시하며 그의 정치적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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