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 「曹操」
44. 간신의 으뜸 조조
[1]
孟德大秦檜(맹덕대진회) 맹덕은 커다란 진회이었고,
秦檜小孟德(진회소맹덕) 진회는 자그마한 맹덕이었네.
奸邪同賦性(간사동부성) 간사했던 성품이 똑같았으니
一串貫千億(일관관천억) 한 줄로 천억을 꿴 것 같았네
[2]
孟德爲奸首(맹덕위간수) 맹덕은 간신의 우두머리여서
流毒千萬億(류독천만억) 해독이 천년만년 흘러갈 거니,
五代六朝間(오대육조간) 오대와 육조 시대 사이에 있던
全忠最㐫惡(전충최흉악) 가장 흉악한 주전충 있게 되었네.
이서, 「曹操」
[평설]
이 시는 조조를 진회와 주전충에게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첫 번째 시에서는 남송의 진회(秦檜)를 끌어들여 조조를 비판했다. 진회는 28년간 권력을 독점하며 금나라와 화의(和議)를 주장하고 악비(岳飛)와 같은 명장을 죽였다. 시인은 조조가 진회보다 더 큰 간신이라고 평가하며, 두 사람의 간사한 성품이 한 줄에 꿰어진 구슬처럼 똑같다고 했다.
두 번째 시에서는 조조가 간신의 우두머리로서 그의 해악이 후대까지 이어져, 결국 오대십국의 분열을 초래한 주전충(朱全忠)과 같은 인물을 낳게 되었다고 했다. 주전충은 당나라 말기에 세력을 키워 양(梁)을 건국했으나, 이후 50년에 걸친 오대십국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시인은 조조의 해악이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쳐 주전충과 같은 간신을 탄생시켰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역사상 악명 높은 두 간신과의 비교를 통해 조조의 죄악을 부각시켰다. 진회는 송나라를 병들게 했고, 주전충은 당나라를 멸망시킨 간신이다. 시인은 이들과의 비교를 통해 조조 역시 한나라 멸망의 주범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