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 「論武侯」
46. 제갈량의 공과
[1]
心公忠貫日(심공충관일) 마음은 공평하고 충성은 하늘 감동시켰으며
爲禮流刑名(위례류형명) 예법 위해 형벌을 널리 폈다네.
勞心親細事(노심친세사) 마음 써서 사소한 일도 직접 했으니
耳目太聦明(이목태총명) 귀와 눈이 지나치게 밝았구나
[2]
只爲一世功(지위일세공) 한 시대의 공적만 위하였을 뿐
不立千古業(불립천고업) 천고의 큰 업적은 세우지 못했네
枉尺而直尋(왕척이직심) 이익을 위해 원칙 굽히었으니,
異乎孔孟學(이호공맹학) 공맹의 학문과는 아예 달랐네.
이서, 「論武侯」
[평설]
이 시는 이서가 제갈량의 공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에서 제갈량은 공명정대함과 충성심을 갖추었으나, 그의 통치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는 법가의 핵심 사상인 형명, 즉 엄격한 법치와 형벌에 기반한 통치를 했다. 게다가 모든 사소한 일까지 살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이처럼 자잘한 행정에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큰 그림을 보는 데에는 도리어 방해가 되었다.
[2]에서는 제갈량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당대의 공적에 불과할 뿐 후대에 남을 만한 업적은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3, 4구는 제갈량에게 가한 뼈아픈 지적이다. ‘한 자를 굽혀 한 발을 편다’라는 것은 맹자가 비판한 공리주의적 정치를 의미한다. 맹자는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원칙을 저버리는 것을 경계했는데, 제갈량의 정치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보였다. 결국 그는 현실적 성과는 거두었을지 모르나 공맹이 추구하는 왕도정치의 이상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