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백운대에서 바라본 세상 [登白雲臺絶頂 三首], 박제가
땅과 물 가늘어져 마침내 끝나는데
하늘이 덮은 곳은 경계가 실낱같네.
뜬 인생 좁쌀보다 작을 뿐만 아닌데,
산 마르고 돌 문드러질 때 앉아서 생각하네.
地水俱纖竟是涯 圓蒼所覆界如絲
浮生不翅微於粟 坐念山枯石爛時
[평설]
이 시는 백운대 정상에서 세상을 바라본 기록이다. 광대한 자연에서 시작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으로 나아간다. 멀리 이어진 산하가 지평선에서 가늘어져 사라지고, 하늘과 땅의 경계가 실처럼 희미해진다. 극한의 높이에서 보면 모든 것은 작아지고 희미해진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좁쌀보다도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산이 마르고 돌이 문드러지는 우주적 시간의 흐름을 떠올린다. 보잘것없는 존재가 감히 영원을 생각한다는 역설을 통해 깊은 사색을 보여준다.
백운대라는 물리적 높이는 세계를 조망하는 시선이 되고, 그 시선은 다시 존재와 시간이라는 깊은 물음으로 이어진다. 자연의 광대함과 인간의 성찰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