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97)

by 박동욱

397. 늙음의 길[白髮]」, 이익(李瀷)

한 가닥 두 가닥 흰 머리 많아지더니,

순식간에 서른 개 마흔 개 넘었다네.

장부 마음 푸른 하늘 위에다 두었으니,

밤마다 경서 보며 늙어감 어이하랴.

一莖二莖白髮多 三十四十須臾過

丈夫心事靑冥上 夜對遺經柰老何


[평설]

이 시는 늙어가는 자신을 마주하는 선비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한 가닥 두 가닥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서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진다. 이러한 육체적 노화를 인식하면서도, 마음을 푸른 하늘 위에 둔다고 했다. 이는 성인의 경전을 탐구하며 고원한 이상을 추구하는 선비의 자세를 보여준다. 밤마다 경서를 본다는 것은 이러한 지향의 구체적 실천이다.

4구는 늙어가는 데에 대한 단순한 자조나 체념이 아니다. 이는 늙어감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학문을 통해 정신적 높이를 추구하려는 순명(順命)의 태도다. 육체는 쇠락하지만, 정신의 성장은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참고]

2구의 서른 개 마흔 개를 서른과 마흔으로 해석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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